2025/01/14
2025/01/14
시골의 질감
시간이 눌러 앉은 표면과 닳고 바랜 흔적들,
서로 다른 시점들이 풀리지 않은 채 얽혀 있는 상태.
겹쳐진 시간이란, 내가 느끼는 시골의 질감이다.
같은 길을 매일 걷다보면 안다.
빛의 각도와 바람의 냄새, 새의 움직임이 조금씩 다른데,
자연이 가까운 곳일 수록 더 느끼기 쉽다.
이 미세한 차이들이 겹치면서 하루가 아니라 시간의 층을 만든다.
시골의 질감은 바로 이 층에서 발생한다.
겹쳐진 시간은 늘 균일하지 않다.
어떤 시간은 두껍게 쌓이기도하지만, 무언가의 흔적을 덮어 사라지게도 한다.
그래서 시골의 풍경은 늘 정돈되지 않는다.
때로는 어떤 규칙을 보이다가도 끝내 규칙을 깨버릴때도 있다.
또 이곳의 표면들은 늘 새것이 되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진 것은 쉽게 교체되지 않고,
쌓여가고, 덧대어지고, 얽히고 설켜 그대로 남겨진다.
시골리서치는 장소 조사의 느낌보다도 시간을 읽는 연습과도 같다.
무엇이 남아있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고,
무엇이 굳이 바뀌지 않아도 되는지를 바라보는 일.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화도돈대, 용당돈대
2025/12/10
Je suis là
왔다가 가고,
다시 오고.
그 사이에 나는 여기 있다.
자연은 늘 그렇게 반복된다.
새들은 잠시 머물렀다가 날아가고,
바람은 흔적만 남긴 채 지나가며,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같은 모습으로 머무른 적은 없다.
군더더기 없는 자연의 풍경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과 멈춰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고,
그 사이를 걷는 나는 잠시 그 안에 들어온 존재와도 같다.
마치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무언가가 덧그려졌다가 지워지고,
또 다른 선이 다시 그어지는 것처럼.
자연은 늘 완성되지 않은 채로,
또 그 자체로도 완성인 채로.
왔다가 가고,
다시 오고,
그리고 지금—
이 풍경 안에.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강화나들길 2코스
2025/12/03
겨울의 결
영하 10도의 날씨.
이제는 제법 겨울다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하루.
밤사이 얼어붙어 굳어버린 풍경들은
아침의 태양에 닿으며 아주 천천히 녹아가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면
햇빛이 닿지 않아 아직 녹지 못한 서리들,
그림자 속에서 고요히 얼어버린 논이 눈에 들어온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겨울 특유의 숨으로 덧칠된 풍경이다.
강화나들길 3코스에 포함된 인천가톨릭대학교 뒤편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되었다한다.
천천히 이곳을 걷다보니
미세하게 올라오는 체온이 겨울의 찬 공기와 섞여
그제야 조금은 따뜻한 겨울이 된다.
숨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길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겨울의 결이 더 잘 보인다.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강화나들길 3코스
2025/11/26
걷다 보니 떠오르는 생각들
아스팔트 마을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시든 풀이 깔린 흙길이 나타난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그러나 분명하게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느낌이 드는 지점이다.
마을에서 숲으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다.
그 길 위에서 문득, 흔한 것들과 귀한 것들의 선이
희미해지면서도 또렷하게 나뉘는 순간들을 만난다.
걷다 보니 떠오르는 생각들,
‘시골의 풍경’을 인식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에 의미가 생기고,
빛과 색, 그리고 사소한 사물들에 마음이 머무르는 일은
언제부터 자연스러워졌을까.
초겨울의 숲은 색이 깊게 빠져 있었고,
그 바랜 색감이 오히려 더 진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또, 살아보지 못한 시대부터 존재했던 것들에
어쩐지 허구의 향수를 느끼게 되는 날이기도하다.
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느끼는 건
풍경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눈으로, 어떤 시간의 속도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는 것을.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강화나들길 4코스
2025/11/19
조용히 바라보는 일
"오늘은 어디에서 오후의 빛을 마주할까?"
해 질 녘의 색이 가장 잘 스며드는 곳,
갯벌과 멀지 않은 바다 끝에 작은 섬이 보이는 풍경이 잘보이는 곳,
계룡돈대로 향했다.
하늘 위로 유유히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니,
논에 앉아있던 철새 무리들을 숨죽여 지켜보았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그때처럼 "어김없이 왔구나"라는 혼잣말을 또 뱉어본다.
갯벌 위를 찰랑거리는 물 위에는 잔잔하게 일렁이는 윤슬이 깔려 있고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려나간 금빛 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져있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일’
걸음보다 눈을 더 천천히 움직였던 시간.
기록이라기보다,
지나가는 계절의 작은 표정을 읽는 기분이랄까.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계룡돈대
2025/11/12
늦가을
늦가을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어 있다.
붉게, 노랗게, 그리고 조금은 바래가는 색들까지—
짙어지는 또 사라지는 빛 속에서도.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강화나들길 6코스
2025/11/05
운 좋은 날
때마침 슈퍼문이 뜨는 수요일이다.
일부러 달을 보러 간 건 아니여도 운이 좋다.
노을과 큰 달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회니까.
난 유독 움직이는 날이면 운이 좋다.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국화저수지
2025/10/29
매주 수요일, 길 위에서.
시골리서치.
단순히 사진을 찍거나 풍경을 보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매주 수요일,
길 위에서,
바람 속에서,
작은 소리와 색,
사물과 사람을
직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날이다.
글•사진 : 시골힙스터 @countryside.hipster
장소 : 강화나들길 8코스